풍선효과를 유발한 핀셋 규제, 때 늦은 법인·다주택자 규제 등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이유는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만이 가진 특수한 임대차제도, '전세'를 꼽는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
전세제도 아래서 세입자는 최소 2년 동안 안정적인 주거지를 마련하면서 목돈을 모을 수 있다. 반면 집주인은 2년 동안 전세보증금 만큼의 자금을 무이자로 대출받는 효과를 누린다.
전세는 세입자가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하지만, 집주인이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세는 개인 간 이뤄지는 일종의 사금융이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은 대출자의 신용이 필요하지만 전세는 집주인의 신용이 중요치 않다. 부채가 많고 현금흐름이 없는 집주인이더라도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의 '갭'만큼의 자금만 있다면 다수의 세입자로부터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
갭투자 원정대가 수도권, 청주, 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갭 3000만~5000만원인 매매가 3~5억원 아파트를 쓸어담고,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 수십채를 쇼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보증금은) 가계대출의 숨은 그림자"라며 "시중에 떠도는 전세보증금이 56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유동성이 주기적인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집값 상승기 때는 '갭'이 껴있는 집이 유지될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급락해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 보다 하락하면 문제가 커진다. 갭투자한 집은 집주인이 전세 만기 때 세입자를 새로 구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역전세 난이 발생하면 기존 세입자는 어렵게 마련한 목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내려가는 깡통전세가 되면 경매가 되더라도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세제도의 역기능을 막으려면 집주인이 받은 전세보증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상욱 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고 과도한 레버리지는 금융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받지 않은 사금융은 사라져야 한다"며 "갭투자를 한 집주인의 금융차입금 한도에 전세보증금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연구위원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임차보증금이 시장의 유동성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고 있다"며 "우선 집주인은 월세만 받고, 일정 금액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받으면 나라에서 정한 은행에 넣어두고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 맡긴 임차보증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임차인에게 돌려준다"며 "전세보증금을 악용해 집을 사고 팔기를 반복하며 다른 사람의 주택 매입 기회를 막는 행위는 규제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ugust 08, 2020 at 07:1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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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기능 막으려면 집주인이 보증금 못쓰게 막아야"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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