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최모씨 소유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5억원에 임차했다. 당시 김씨는 보험사에서 4억원을 빌려 전세보증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 최씨의 승낙과 반환 확약을 거쳐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에 보험사의 질권(담보)이 설정됐다.
문제는 김씨가 계약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17년 7월 집주인 최씨에게 전세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다른 임차인을 구해주겠다"고 했고 최씨도 전세계약 해지를 받아 들였다. 이후 최씨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 김씨의 보증금 5억원을 모두 돌려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씨는 보험사 대출 4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집주인 최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가정주부였던 최씨 역시 시간이 지나 담보를 설정해준 사실을 잊어버렸다. 이후 김씨는 돌려받은 보증금 대부분을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고, 보험사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보험사는 최씨에게 책임을 물었다. 최씨 아파트를 압류하고 대출금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비록 최씨가 김씨에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줬지만, 질권자인 보험사의 동의를 받지 않았던 만큼 여전히 최씨에게 변제할 의무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씨는 보증금 5억원을 김씨에게 주고도 보험사에 4억여원에 이자까지 물어줘야 하게 됐다.
재판부는 이같이 최씨에게 피해를 발생하도록 김씨가 대출 사실을 숨긴 것이 기망이라고 판단,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재산상의 거래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뜻한다.
재판부는 "최씨는 자신이 아닌 김씨의 전세보증금 조달에 협조하기 위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보험사에 일방적 의무만 부담하는 승낙서를 작성해준 것"이라며 "당사자의 개인적 신뢰를 기초로 한 법률관계를 맺고 있는 김씨는 최씨에게 채무를 변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릴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담보 설정 계약서 상 김씨는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해지한 뒤 즉시 보험사에 통보해야 하는데도 알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전세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했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당시 기망의 고의도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착오에 빠진 임대인에게 5억원을 전액 돌려받은 후 채무를 전혀 변제하지 못해 임대인이 대신 부담하게 하는 손해를 입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다만 보험사에 대출 채무를 지속적으로 갚아 잔액이 1억9000여만원으로 줄어들었고 법률 관계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한 최씨의 과실도 일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eptember 10, 2020 at 03:1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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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대출' 숨기고 보증금 돌려받은 세입자, 사기죄로 실형받은 사연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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